평소처럼 '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한 고객님의 전화를 받았다.
역시 내용도 너무나 평범한 배송문의 건. 화물추적을 하니 택배 기사님이 상품을 가지고 나가신 상태라서
고객님께는 당연하게 오늘 받으실 거라는 안내를 했다. 그러자 고객님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다른 고객님들처럼 "몇시 쯤 오느냐"는 문의를 덧붙이셨다.
택배사 통화 후 다시 전화 드리겠다는 당연한 안내를 하고 난 택배 기사님과 통화를 했다.
-상담원 : 기사님~ ○○동 ○○번지 몇시 쯤 가시나요?
-기사 : 네~ 거기는 5시까지 끝나요~
-상담원 : 그럼 꼭 시간 맞춰서 가주세요~~
기사님과의 통화도 일상적으로 끝났다. 고객님께 다시 5시까지 받으실 거라는 안내전화를 한 후
언제나처럼 다른 고객님들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고객님께 배송 확인 차 전화를 드렸는데 아직도 못 받으셨다며 외출을 못하고 계신다는
말씀에 화가 난 듯 했다.
난 다시 택배 기사님께 전화를 했다. 재촉하는 목소리로..
-상담원 : 기사님~ ○○동 ○○번지 5시까지 가신다고 하셨는데 아직 안 가셨어요?
언제 가세요? 고객님 기다리고 계시는데...
-기사 : 다음 집이에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금 비 피해서 쉬고 있어요~
힘들어서... 이제 갈 거니까 5분도 안 걸려요~
울컥.. 갑자기 기사님의 말씀에 죄송한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그날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그 상품이 얼마나 큰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안쓰러웠다.
순간 전화선을 타고 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드리고 싶을 정도로,
한번도 본적 없는 그 분이 마치 내 오빠나 동생처럼 감싸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흔들리는 목소리로...
-상담원 : 비 많이 오죠? 힘드시겠어요...다음 집이니까 천천히 가세요...
하지만 결국 고객님은 5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상품을 받으셨다.
처음 입사 하고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고객님들의 요구에
형식적이고 성의 없는 응대를 하며,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난 아무 감정도 없는
그냥 '상담원'이 되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심지어 회사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사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편견을 갖고 삐딱 하게 대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사람이 있다면 어디라도 인간적이고 따뜻하지 않은 곳은 없고,
내가 일하는 여기 GS홈쇼핑은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인간적인 일을 하는 곳이다'라고 말이다.
내 생각이 바뀌는 데는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한 콜 한 콜 받을 때 마다 난 세상을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으로 변해간 것이었다.
그런 결과 위 이야기처럼 작은 일에도 눈물을 글썽이는 감성을 갖게 해주었다.
주문한 상품을 하루라도 빨리 받고자 재촉하고, 안 되는걸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 고객님들..
우리의 상품을 고객님께 전달하는 택배 기사님...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더 긍정적이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 사회생활의 첫걸음인 GS홈쇼핑이 ‘새로운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절대 지금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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